짓다 만 상태로 방치된 아파트들이 도심 속 흉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공사가 중단되면서, 아파트 분양만 기다리던 서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닌데요.
현장카메라 권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물.
17년째 공사가 멈춘 경북 칠곡의 아파트입니다.
[권솔 기자]
건설 현장 밖에는 이렇게 공사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데요.
벌어진 틈으로 안쪽을 보면 공사에 쓰인 걸로 보이는 건축 자재가 녹슨 채로 쌓여 있습니다.
2001년 착공했지만 시행사 부도로 중단된 겁니다.
인근 주민들은 빈 건물이 탈선의 장이 됐다고 하소연합니다.
[남중석 / 칠곡군 북삼읍 주민자치회장]
"이렇게 방치돼 있으니까 흉물스럽고 비행청소년들이 들어가서 술 먹고 담배 피우고."
[A 씨 / 칠곡군 주민]
"쓰레기 다 버리지. 위로도 버리고. 직접 던지고."
지난 5월에는 한 남성이 이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민 불안도 커졌습니다.
[A 씨 / 칠곡군 주민]
"사람도 떨어져 죽고 음산해 어수선해.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스트레스 받지요."
태풍 예보라도 있으면 가슴을 졸입니다.
[주모 씨 / 칠곡군 주민]
"바람 불면 (공사 자재들이) 다 떨어진다. 여기 (사는) 아줌마 아저씨는 치를 떤다."
시행권을 인수한 건설업체는 곧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달라 토지 점유를 놓고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
칠곡군은 정부의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사업을 통해 부지를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으면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칠곡군 관계자]
"원칙적으로 (건축주가) 빨리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땅 소유주와 (건축주가) 소송 진행 중입니다. 민간사업이니까 우리가 국민 세금 가지고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지난 2004년 분양한 서울 영등포의 주거형 오피스텔.
상가 진입로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권솔 기자]
계획대로면 한참 전에 입주를 마쳤어야 하지만, 16년째 공사가 끝나지 않아 전체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영등포 부동산 관계자]
"저 건물은 정상 거래가 안 돼요. (시행사가) 부도나서."
[권솔 기자]
오후 8시입니다.
주변 다른 건물들은 창문마다 불이 환하지만, 이 오피스텔은 어둡고 깜깜합니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입주하지도 못한 오피스텔 대출금을 10년 넘게 갚고 있습니다.
[오피스텔 소유주 법률대리인]
"중도금을 중간에 넣다가 안 넣으신 분들도 있고, 잔금만 남겨놓고 있는 분들도 있고."
시세보다 싼 값에 입주할 수 있다며 분양권을 판매한 업체까지 등장해 추가 피해자도 생겼습니다.
[오피스텔 소유주 법률대리인]
"피눈물 나는 사연들 많이 접하다 보니까. 1억 2억 3억이 전부인 사람들이 포기하고 나가실 때 뒷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어요."
[권솔 기자]
전국에 방치된 공사중단 건축물은 322곳에 달합니다.
정부가 재정비 대상을 선정해 공공주택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나 시행사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영상취재 : 권재우
PD : 김남준, 김종윤